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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돈내산입니다.

 

요즘 새로운 취미에 관심이 생겼다.

바로바로~! 은반지 만들기 이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문구를 넣은 각인 반지가 가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레이저 각인은 싫고 한글자 한글자 수작업으로 찍는

도장 각인 반지가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반지는 너무 비쌌다...

 

은 원가가 얼마나 싼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 구매하느라 10만원 쓴 건 비밀..^^)

 

 

이건 떼샷! 하나하나 설명은 아래에서~

산 것도 있고 부모님 직업 특성상 집에 있던 것들도 섞여있다.

 

 

제일 먼저 소개할 재료는 뭐니뭐니해도 가장 핵심이 될 은이다.

조금 두께가 있는 평반지를 만들 은판재, 실반지를 만들 은선, 땜을 할 은땜선재가 있다.

 

은판재는 두께가 1.2mm(1.2T), 높이가 3.5mm, 길이가 30cm인 것으로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19,300원)

두꺼운 느낌이 좋아서 1.5T를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훅 뛰어서...^_ㅠ

 

은선은 두께가 0.9mm, 길이가 1m인 것으로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10,120원)

두께가 1mm인 것은 너무 둔해보이고

0.8mm인 것은 너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중간인 0.9mm로 골랐다.

 

은땜선재는 은을 붙일 때 그 사이를 이어주는 재료이다.

나는 뭔가 장식하거나 할 게 아니고

반지 양 쪽을 붙일 때 쓸 것이기 때문에 80% 강땜으로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4,000원)

 

여기서 80%는 은이 80%, 나머지 20%는 구리, 아연이라는 의미이다.

이 은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강땜(80%)->중땜(70%)->약땜(60%)으로 가게 된다.

구리와 아연을 섞는 이유는 그래야 녹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925은과 925은 사이를 925은으로 땜을 하면

모두 녹는점이 같아져서 땜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가 녹아버리게 된다.

녹는점이 더 낮은 물질로 땜을 해야 은 사이에 땜이 녹아서 흘러가고, 붙게 된다.

 

은의 비율이 높을 수록 접착력(?)이 강해지고

은의 비율이 낮을 수록 빨리 녹기 때문에 땜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땜, 중땜, 약땜으로 나누어서 적절한 상황에 쓰는 것이 좋다.

나도 어떤 상황에 어떤 땜을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나처럼 반지 양쪽을 땜하는 경우에는 강땜을 많이 쓰는 것 같아서 강땜을 구매했다. ^^;

 

 

이건 내화벽돌(땜벽돌)과 우레탄/고무 망치, 링게이지, 봉게이지이다.

 

은 반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치를 써야 한다.

은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열풀림 과정, 땜 과정에서 말이다.

이 때, 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닥이나 책상에서 하기는 어렵고

바로 이 내화벽돌 위에서 작업해야 한다.

벌집형도 있고 이런 판판한 모양도 있는데 이게 더 싸서 이걸로 구매했다.

(영진재료상사 3,600원)

 

사실 망치는 우레탄? 고무? 나무? 어떤 망치를 사야할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두 가지가 양쪽에 붙어있고 저렴한 제품으로 샀다...^^

(별난아이 1,900원)

우레탄과 고무, 나무 모두 어느정도 단단하지만서도 은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 것을 사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잘 두들겨지기만 하면 되겠지...

 

링게이지는 손가락에 맞는 반지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널리 알려진 종이로 재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있는 링게이지는 구형과 신형이 있다.

구형은 대략 2019~2020년까지 사용되어 오던 반지 호수 체계를 따른 제품이고

신형(KS 표준 규격)은 그동안 공장마다, 쥬얼리 샵마다 다르던 반지 호수 체계(구형)를

통일시킬 필요성을 느껴서 2019년에 새롭게 발표한 반지 호수 체계를 따른 제품이다.

내가 만들어서 내가 낄 것이라면 그냥 싼 걸로 아무거나 사도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판매를 하려면 신형을 구매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신형과 구형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하기 전에 쇼핑몰에 문의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산 곳에서는 정확히 구형인지 신형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나야 뭐 판매할 계획까지는 없기 때문에 일단 사고 보기로 했었다.

그리고 만약 구형이더라도 신형<->구형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다.

(별난아이 2,000원)

그래서 배송 온 제품을 직접 측정해보니 이건 신형 링게이지인 것 같았다. 굿굿^^

 

봉게이지는 사실 어느정도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환봉(반지를 동그랗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막대기)은 꼭 필요하다.

지환봉이 있다면 링게이지를 지환봉에 끼워서 호수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봉게이지를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환봉도 없고 봉게이지도 없어서 겸용으로 쓸만한 제품으로 구매했다.

(별난아이 6,600원)

 

 

다음은 여러 약품들이다.

왼쪽부터 은 세척제, 은 착색제, 붕사이다.

 

은 세척제는 아마 익숙할 수도 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은 제품을 세척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은을 이 세척제에 넣었다가 빼면 거뭇하게 산화된 것이 깨끗하게 사라진다.

 

은 세척제가 필요한 이유는

열풀림이나 땜을 할 때 은과 불이 만나면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게 반복될수록 은에 산화피막이 쌓여서

나중에는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중간중간, 마지막에 산세척을 해주어야 한다.

(영진재료상사 1,500원)

 

은 착색제는 은 세척제와 반대되는 역할을 한다.

은을 검게 착색시키는 특성을 이용해서 각종 무늬를 넣는 데에 사용한다.

보통은 유화가리라는 착색물질을 사용하는데

유화가리는 냄새도 심하고 잘못 다루면 유해할 수 있으며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지 않아서 이 제품을 구입했다.

(영진재료상사 4,000원)

 

붕사는 은땜을 할 때 꼭 필요하다.

붕사를 땜하고자 하는 부분에 바르고 땜을 해야

땜이 그 부분으로 잘 흘러가기 때문이다.

가루 형태로 물에 풀어서 사용하는 제품도 있고

물에 풀어져서 나오는 제품도 있는데

나는 초보자라 그 비율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물에 풀어진 제품을 구매했다.

미국것도 있고 일본것도 있고 하는데 그냥 제일 싼걸로 구매했다.

(영진재료상사 3,000원)

 

 

이건 은반지를 만들 때 쓸 공구들이다.

 

가장 위에 있는 건 평집게이다.

흔히 말하는 '뺀찌', '펜치'... 는 마찰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집는 부분에 빗살무늬 홈이 파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은을 그걸로 강하게 잡았다가는 그 빗살무늬가 은에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이 평평한 집게를 가지고 은을 다뤄야 한다.

나는 집에 하나가 있어서 하나만 더 추가로 구입했다.

(별난아이 2,500원)

 

그 아래에 있는 건 압착기(크림퍼)라는 공구인데 그냥 집에 있길래 챙겨보았다.

공방같은 곳에서는 바이스라는 큰 기기로 은을 고정시킨 후에

꼬임 작업 같은 것을 하던데

난 그런 게 없기 때문에 혹시 바이스 대용으로 가능할까 싶어서 준비해보았다.

 

그 아래에는 각종 핀셋이다.

일자 핀셋 2개는 집에 있던 거고, ㄱ자 핀셋만 구매했다.

(다이소 1,000원)

맨 아래에 녹슨 꼬챙이처럼 생긴 것도 집에 있던 건데

은에 무늬넣을 때 쓸만하려나 싶어서 챙겨봤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건 줄이라는 공구이다.

갈아낸다는 역할은 사포와 동일하지만 사포에 비해 단단하고 영구적이다.

땜질한 곳을 갈아낼 때 가장 먼저 줄로 갈아낸다.

왼쪽부터 삼각줄, 반원줄, 평줄이고 세개 세트로 구매했다.

(다이소 2,000원)

 

 

이건 은에 글자를 찍어내는 각인 도장이다.

0~8(9는 6을 뒤집어서), A~Z 세트로 된 제품을 구매했다.

(숫자-대성재료상사 7,500원, 알파벳-대성재료상사 15,000원)

 

나는 폭이 2mm인 제품을 구매했는데 1mm부터 5mm까지 있다.

2, 3mm가 가장 저렴하고 그 외에는 추가금액이 붙는다.

그런데 처음 열어봤을 때 기름때가 엄청나게 묻어나와서 다 닦아내느라 고생을 좀 했다.

사진에서도 상자에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열풀림을 해서 말랑해진 은에 이 도장을 대고 망치질을 통통 해주면 글자가 찍힌다.

앞서 말했지만, 내가 반지를 만들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이건 각종 사포들이다.

왼쪽에 있는 큰 막대기와 네일 버퍼들은 집에 있던 걸 싹 긁어모은 것이고

종이 사포는 각각 #400, #800, #1500으로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한 장에 400원)

 

은을 자르고 난 후에 단면을 정리하거나

제작이 끝난 후에 모양을 다듬는 데에 쓰인다.

'방'(#)이라고 하는 단위로 사포의 거칠기를 나타내는데, 

(400방, 800방, 1500방과 같이 말한다)

낮을 수록 갈아낸다는 느낌이 강하고 높을 수록 광택을 낸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건 가장 마지막에 광을 내는 광수건(폴리싱천)이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예 광약을 따로 구매해서 쓰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천으로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2,000원)

 

광약이 묻어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절대 세척해서는 안 되고

그냥 저대로 은제품을 닦아주면 반짝반짝~ 광이 난다.

그리고 약품이기 때문에 장갑을 끼고 만지는 편이 좋다.

(정작 나는 맨손으로 하지만... 반드시 씻어내자)

간혹 반지를 사면 자그마한 사이즈를 챙겨주는 곳도 있는데

그게 있다면 그걸 써도 무방하다.

 

오른쪽에 있는 건 황동판이다.

각인도장 연습을 해보기 위해서 저렴한 황동판(0.5T)을 구매했다.

(대성재료상사 1,000원)

사진에 살짝 울퉁불퉁한 면이 보이는데 저게 바로 도장찍는 연습을 해본 부분이다.

하지만 열풀림 없이 해서 그런지 잘 되지는 않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있으면 좋을 준비물은 실톱, 핸드피스가 있다.

 

실톱은 은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를 때 사용하는데

난 그냥 은판재와 선재를 똑똑 자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냥 니퍼를 사용해보려고 한다.

 

핸드피스는 줄, 사포와 광수건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아주 편하지만 비싼 기기이다.

마치 전동드릴처럼 기기를 작동시키면 기기가 돌아가는데,

거기에 사포바나 고무바, 세공바, 빠우(광택용) 등을 끼워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기가 회전하기 때문에 훨씬 작업량이 줄어들고 편하고 빠르다.

 나도 정말 사고싶었지만 그냥 취미로 하는데 핸드피스는 너무 오바인 것 같아서 포기했다.

 

이상으로 은반지 준비물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조만간 진짜 은반지를 만드는 포스팅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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